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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시리즈

발생기의 우리학교 vol.53 <일본어>교과서의 역사(후편)

작성자 몽당연필
작성일 20-06-14 16:43 | 458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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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기의 우리학교 vol.53 <일본어>교과서의 역사(후편    (글 이상영) 

 

일본어 교육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

4월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1980년대 이후 일본어교과서 편찬의 역사를 편찬사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증언과 함께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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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최근에 제7차 개편(2013~17)을 통해 새롭게 만든 <일본어문법>(중급부)와 <고전>(고급부) 교과서 - 


90년대 전면개편

1980년대 이후의 일본어교과서 편찬은 재일조선인들의 정주 지향을 반영해 일본의 실정에 맞춘 방향으로 일본어교육을 강화하는 콘셉트가 보다 명확해졌다. 83~85년의 제4차 개편에서는 초··고를 합쳐서 533시간 늘어난 일본어 과목에서 아동·학생들의 연령·심리적 특성에 맞춰 다양한 교재를 수록했다. 세계문학의 일본어역이 중·고 각 학년 교과서에 게재된 것도 이 때부터다. 하이쿠 같은 일본의 고전이나 한시(漢詩), 당시(唐詩) 등도 중급부에서 체계적으로 게재되기 시작했다.(본격적으로는 90년대 제5차 개편부터)

 

그리고 민족교육에서 교과서 편찬사업의 가장 획기적이었던 일이 93~95년의 제5차 개편이다. 변화한 환경에 따라 이루어졌고 그때까지는 없었던 전면적인 개편이었다. 당시 학우서방 부사장겸 편찬국장이었던 송도헌 씨(84)122권의 교과서 내용은 물론 서술방법과 편집방식, 사진과 삽화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워졌다. 과학기술의 시대, 국제화 시대에 맞춰 통일조국은 물론 일본과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평가한다. 5차 개편은 그 후 교과서 편찬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일본어 과목에서 강조된 것이 일본어 교육이란 언어교육이라는 점이다. 언어 공부의 핵심이 되는 것이 이해능력(읽기, 듣기)과 표현능력(말하기, 쓰기)이다. 언어교육은 이 4가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90년대의 개편에서는 특히 표현능력을 키우는데 힘을 쏟았다. 구체적으로는 작문방법, 실제 예문 같은 교재와 작문시간을 늘렸다. 또 말하기를 배우는 교재도 늘려나갔다.

90년대부터 여러 <일본어 말하기 대회>에 조선학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해 각종 상을 수상한 것은 조선학교에서 실시한 일본어교육의 성과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실정에 맞춰

90년대 말 총련의 교과서 편찬위원회 규모는 17분과, 145명에 이른다.

국어(조선어)와 역사 등 민족과목과 달리 외국어과목 교과서는 일본의 실정에 맞춰 학교현장 교원과 학우서방(學友書房) 편찬위원회의 역량에 전면적으로 의존해 편찬되었다.

일본어교과서 편찬은 학우서방 편찬위원, 편찬국장 등을 역임했던 이성출 씨(1942~2016)의 공적이 크다. 이씨는 히로시마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 동대학원을 거쳐 66년부터 히로시마 조선중고급학교의 교단에 섰다. 74년에 학우서방으로 옮긴 후에는 담당 편찬위원으로서 2006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일본어교육 발전에 힘을 쏟았다.

 

당시의 교과서 편찬 작업은 여름방학 시기 등을 이용해 지방의 조선학교와 피서지 숙박시설을 빌려 합숙형태로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조선대학교 전 교원인 전윤옥 씨(82)와 권재옥 씨(1933~2020), 이화숙 씨(72, 도쿄 조선제2초급학교 전 교장), 이정애 씨(72, 니시 도쿄 조선제2초중급학교 전 교장)을 비롯해 십 수 명의 교원들이 이성출 씨와 같은 시기에 편찬 작업을 함께 했다.

684월부터 기타오사카(北大阪) 조선초중급학교를 시작으로 조선학교의 교단에 반세기 이상 서왔던 이화숙 씨는 80년대, 90년대, 2000년대까지 3차례의 개편에 참여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는 한편 그 이상으로 교과서 편찬에 참여할 수 있는 기쁨이 더 컸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씨는 주로 중급부 교과서를 담당했다. 특히 편찬 작업을 함께 한 시간이 많았던 전윤옥 씨, 이정애 씨 두 사람. “정애 선생은 고집스런 타입, 윤옥선생님은 학자 타입, 그리고 저는 적당한 타입(웃음). 서로 사고방식의 차이도 있었기 때문에 의견이 부딪치는 경우도 많았죠. 그럴 때면 진정들 하세요하고 달래 가면서 토론을 중재했던 이가 성출 씨였어요. 이 작가의 이 작품의 어느 부분을 수록해야 마땅한지 토론이 거듭될 때에는 해당 작가에 관한 폭넓고 깊은 지식으로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준 것이 생각나요.”

이화숙 씨는 조선학교 교과서에 장애인에 관한 문장이 실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93~96년 개편부터 중2 교과서에 사랑, 깊은 구렁에서(より, 호시노 토미히로)를 넣은 것이 인상 깊다고 말한다.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와 이시무레 미치코(石牟礼道子)의 작품을 넣은 것도 여성문학자의 작품이 적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원들은 민족교육 전반을 생각해 편찬 작업에 힘을 쏟았다.”(화숙 씨)

 

시대를 반영한 교재 수록

2000년대에 들어오자 21세기 동포사회를 계승·발전시켜나갈 인재와 북과 남, 일본과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육성이 요구되었다. 2003~2006년 교과서 개편은 폭넓은 동포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외국어 교육은 일본어와 영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독해, 작문능력, 조선어와 일본어 2개 국어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었다.

 

조선대학교 외국어학부 교원인 허철 씨(50)2003~2006년 제6차 개편과 2013~2017년 제7차 개편에 참여했다.(초급부 담당) 허씨는 조대연구원을 거쳐 학우서방에 들어간 때가 93년이다. 당시는 제5차 교과서 개편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허씨는 일본어는 재일조선인에게 제1언어이자, 생활언어, 학습언어이다. 일본어 능력=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한다. 최근 제7차 개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초6 교과서에 지구온난화와 배리어프리(barrierfree) 문제를 주제로 한 설명문을 넣은 것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이런 주제의 문장이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설명문 교재는 합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목적과 동시에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의미도 있다.’는 허씨. “조선학교에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일이 지금은 당연해졌다. 시대의 변화 속에 우리는 무엇을 가치로서 인정하는가. 조선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때 마음속에 강한 힘과 부드러운 시선을 갖길 바란다.”(허씨)

 

조선대학교 외국어학부장인 이영생 씨(58)90년대부터 교과서 편찬에 참여해왔다. 최근의 일본어교과서(·)의 특징에 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는 교재가 포함된 것이라 했다.

고연의 씨(조대 객원교수)의 저서 민족이란(民族であること)의 한 문장이 중3 교과서에 실렸고, 3 교과서에는 <월간 이어>에 연재된 서승 씨의 에세이 재일동포와 나가 실리는 등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테마로 한 작품도 수록되었다. 또 지금까지 교과서 안에 수록되었던 문법과 고전에 대한 내용을 각각 일본어 문법(중급부)고전(고급부)으로 분리시켜 3년 동안 배우는 독립된 교과서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참다운 조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본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일본어 과목의 역할은 매우 크다.”(이씨)


* 월간<이어> 2020년 5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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