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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버지는 끝내 숨기고 가셨지만 ‘한국인 뿌리’ 찾고 싶어요”

작성자 몽당연필
작성일 22-03-02 11:32 | 258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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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끝내 숨기고 가셨지만 ‘한국인 뿌리’ 찾고 싶어요” 

김소연 기자 / 김경애 기자 / 등록:2022-02-17 22:58  / 수정:2022-02-18 02:32 


[짬] 포토 저널리스트 야스다 나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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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한국의 친척을 찾고 있는 포토 저널리스트 야스다 나쓰키. 도쿄/김소연 특파원


“아버지는 왜 한국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말하지 못했을까요. 자신의 아이에게 차별의 경험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도쿄에서 만난 포토 저널리스트 야스다 나쓰키(34)는 1년 넘게 한국의 친척을 찾는 중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뿐더러 존재조차 비교적 최근에 알게된 친적들이다.


야스다가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발급받은 할아버지의 제적등본에는 친척들의 이름과 출생일 그리고 주소가 있었다. 그는 “여러분과 같은 먼 친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할아버지의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지만 오래 전 주소인 탓에 모두 되돌아왔다.


부친 별세 3년뒤 호적등본 보고 ‘충격’

“자식 차별 받을까봐 국적 말하지 못해” ‘외국인 등록원표’ 사진·지문도 확인

‘조부 김명곤 달성·조모 김옥자 부산’

친척들 옛 주소로 보낸 편지 되돌아와


“뿌리 달라도 서로 존중하는 사회 만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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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성달(오른쪽·야스다 세이타쓰)씨는 딸 나쓰키(왼쪽)와 어릴 때 잘 놀아주었지만 지난 2000년 별세할 때까지 ‘한국 국적’을 알려주지 않았다. 야스다 나쓰키 제공


야스다의 사연은 이렇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3년 엔피오(비영리단체) 프로그램의 하나로 캄보디아에 갈 기회가 생긴 그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호적등본을 뗐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 국적이 ‘한국’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글자가 내 가족을 증명하는 서류에 적혀 있어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야스다가 중학교 2학년 때인 2000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52년 일생 동안 한국 출신이라는 사실을 한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야스다의 삶에서 ‘자이니치(재일) 코리안’은 아예 의식을 해본 적이 없는 존재였다.


아버지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야 그는 한 가지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그림책을 술술 읽어내지 못했던 아버지에게 “됐어! 아빠 일본 사람 아닌가 봐”라고 화를 냈던 순간이다.


야스다는 지난 2020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기 시작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으로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외국인 등록원표’ 사본을 받고 나서다. 일본 정부가 전후 재일동포 등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외국인 등록원표’에는 젊은 시절 아버지, 할아버지 모습과 함께 인권침해 논란이 컸던 지문 날인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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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나스끼가 2020년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에서 받은 할아버지의 ‘외국인 등록원표’ 사본. 1928년생 김명곤과 1927년생 김명근, 두 개의 기록이 있다. 야스다 나스끼 제공


할아버지 이름은 김명곤(김해김씨), 1928년 10월 25일 대구시 달성군 논공면 금포동 1915번지에서 태어났다.(김명근 1927년 7월30일생으로도 나옴) 1942년 14살에 일본으로 왔고, 처음 기록된 주소는 교토이다. 할머니는 김옥자, 1927년 9월 27일 출생으로 본적은 부산시 곡동 6번지(현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동)로 적혀 있다. 야스다의 아버지 김성달(일본이름 야스다 세이타쓰)은 1948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그 뒤 할아버지는 오사카, 군마, 도치기, 도쿄 등 일본 여러 곳을 전전한 기록이 나온다.


야스다는 작은 흔적이라도 찾겠다는 심정으로 그해 가을 아버지가 태어난 곳인 교토로 향했다. “그곳에서 재일동포들을 만났어요. 그들이 겪어온 갖가지 차별의 역사와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문제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자연스레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왜 자신의 뿌리를 숨겨야 했는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어요.”


재일동포에 대한 혐오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야스다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쓴 아버지와 관련한 글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차별·혐오의 문제는 ‘마음의 상처’에 머물지 않습니다. ‘소리를 내면 언어의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하는 등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만난 여러 재일동포를 떠올리며 뿌리를 밝혔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것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야스다는 자신이 부대표로 있는 엔피오(NPO) 법인 ‘다이알로그 포 피플’(Dialogue for People, http//d4p.world/news/14003/)에 가족 이야기뿐만 아니라 난민이나 빈곤, 재해를 당했던 곳의 상황, 인권, 차별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특히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배우 현빈이 연기한 리정혁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다고 했다.


야스다에게 ‘뿌리 찾기’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아버지 소식을 알리면서 뿌리란 무엇일까가 제 안에서 가장 큰 주제였어요. 표현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뿌리는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축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뿌리를 숨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연 도쿄특파원 dandy@hani.co.kr


※ 원본 기사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15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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