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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신문] 사이타마 유치원 <마스크 사건> 이후 유치원에 어떤 일이 벌어졌나 (2020.08.26)

작성자 몽당연필
작성일 20-08-27 08:33 | 113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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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배포된 조선학교유치원에 쏟아진 '혐오' 폭풍, 그리고...           *  원문기사 바로가기 링크 


계속 신경이 쓰였다. 올해 3월, 사이타마 시가 유치원 등에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이 지역의 조선학교 유치원만 제외시켰던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마스크는 배포는 되었지만, 그다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것이 이후 유치원에 쏟아지는 수 많은 '혐오 발언' 피해이다. 

조선유치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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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오오미야(大宮)역에서 도보로 20분쯤. 주택가에서 벗어나 호젓이 자리잡은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와 유치원이 있다. 

해질 무렵 교직원실에서 박양자 원장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얘기를 꺼냈다. 


"우리는 오랫동안 줄곧 일본사회의 여러 제도적인 차별과 부조리에 둘러싸여 살아왔어요. 이따금씩 '이제 그만 좀.. 뭐, 늘 당해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말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교육자들이 여기서 포기하면 끝이야, 앞으로 아이들은 대체 어찌될까'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되죠. 요즘엔 그렇게 자꾸 마음이 흔들려서..."


조선유치원만 비축 마스크 배포 대상에서 제외

박원장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3월에 있었던 <마스크 사건>을 상기해 보자.

3월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 초기였다. 약국에 마스크가 동나거나 인터넷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등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하기에 쩔쩔매던 시기이다. 

이로 인해 사이타마 시가 비축 마스크 약 18만 개를 시내 유치원과 보육소 등에 배포하기로 결정한 것이 3월 6일. 그런데 조선유치원에만 '시에서 지도·감독하는 시설이 아니다'는 이유로 배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사실이 보도되고 비판이 쏟아지자 시는 13일이 되어서야 갑자기 '마스크가 많이 확보되었다'며 조선유치원에서 배포한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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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시청


박원장은 당시를 떠올린다. 

"우리도 마스크가 부족해서 곤혹스러웠어요. 시에서 배포한다는 걸 알고 기뻐했죠. 그런데 시청 유아정책과 담당자에게 물으니 우리에게는 배포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마스크를 (전매하는 등) 어떻게 사용될 지 지도·감독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신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면 어디에 쓸지 알 수 없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애초부터 시에 있는 유치원을 감독하는 곳은 사이타마 현입니다. 지도·감독 따위는 이유가 되지 않아요. 정말 한심스러워서..."


마스크는 배포되었지만.... 괴롭힘에 피폐되어 가는 교직원

시 측이 나중에 당시 발언을 사죄하고 마스크 배포대상에 조선유치원을 포함시킨 것은 앞서 말한대로지만 굴욕스러운 일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문제가 보도된 직후부터 전화나 메일로 폭풍 같은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와 갑자기 '멍청한 것들-! 왜 조선인한테 마스크를 줘야 되는데!' 고함치고 뚝 끊어 버리거나 '마스크를 받았다가는 가만 두지 않겠어'라고 위협하는 전화까지. e메일로도 '일본에서 나가'라며.... 그런 메일이 연일 수 십 통씩 와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는 있지만...."


반복하지만 이곳은 유치원이다. 원장을 비롯한 5명의 교원과 36명의 유아들이 있다. 그 아이들 앞에서 이 같은 전화에 응대해야만 하는 교원들의 심정을 상상해보라. 지칠대로 지친 유치원 측은 하는 수 없이 홈페이지에서 전화번호 등을 삭제하는 사태까지 내몰렸다. 


"코로나가 유행한 초기, 해외에 있는 일본인이나 현지 일본음식점이 욕설과 비방에 시달리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뉴스가 있었죠. 많은 이들이 분노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항상 해왔으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보무상화>에서도 제외시켰다

해외에서 일본인을 괴롭히는 외국인이 하는 행동과 똑같은 짓을 일본인이 재일조선인들에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어요. 납치문제가 불거진 후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그 후로는 '저 사람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풍조가 확산되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라도 보도되면 유치원이나 조선학교에는 어김없이 폭풍처럼 괴롭히는 전화가 빗발친다. 

"우리학교 운동장은, 한 주에 이틀은 이 지역 축구클럽 아이들이 쓸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우리도 납치는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건 당연하죠. 하지만 조선학교나 유치원 뒤에 조선(북한 정부)가 있어서 반일교육을 하고 있을 것이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데..."


마스크 배포대상에서 제외된 것 뿐만이 아니다. 작년 가을 소비세 증세분을 재원으로 유치원과 보육원의 비용부담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유보무상화> 정책에서도 조선유치원만 제외시켰다. 소비세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부담한다. 물론 재일조선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선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받고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름이나 출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들의 바람

"이것도 (북) 정부와 유치원을 동일시 해서 일본과 북과의 정치적인 문제를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겠어요? 다른 유치원과 보육원들은 무상으로 다닐 수 있어요. 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왜 부모들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자녀를 조선유치원에 보낼까요. 자신의 이름과 출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부모의 마음은 오로지 그 뿐입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사이타마 시 인근의 사이타마 현 가미후쿠오카시(현재 후지미노 시)에서는 1979년, 재일3세 12살 소년이 자신의 출신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심한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로 내몰렸다. 소년의 비참한 이야기는 이듬해 NHK가 다큐멘터리 방송 <벽이라 불린 소년>이라는 영상으로 만들어서 사회문제가 되었다. 기억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일본학교와 일본유치원에 다니면 되지 않나' 라는 말은 재일조선인을 둘러싼 환경과 역사에 대해 너무나 무심한 말이다.  


어렴풋이 보이는 희망

그렇게 일상적인 괴롭힘과 차별이 걱정되는 한편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일어난 것이 <마스크 사건>이다. 이 문제를 발 빠르게 취재했던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탄식했다. 


"그럭저럭 미국에서는 '인종과 민족으로 인한 차별은 용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지사나 시장이 분명히 내놓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조선유치원 차별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죠. 행정이 명백하게 차별과 편견을 선동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행정이 '외국인도 전력을 다해 보호한다'고 하면 굉장히 멋질텐데..."


어쩐지 구제 방법이 없는 듯 보이지만 박원장은 다음과 같은 사례도 얘기해 주었다. 괴롭힘도 많지만 국내외에서 격려도 많다고 한다. 


"익명으로 교문 앞에 살며시 마스크를 두고 가거나 손수 만든 마스크와 소독액을 보내주는 분도 계십니다. 일본인 여성 보육사로부터 '아이들을 돌보는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라고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회사 경영자라는 남성은 '돈을 좀 보낼테니,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여 달라'는 고마운 요청을 받았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요청은 정중히 거절했습니다만, 기뻤죠. 우리는 '외톨이'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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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보내온 편지들

미약하나마 희망도 느낀다. 이런 편지를 보낸 남성도 있었다. 

<아저씨는 일본인이지만, 여러분을 괴롭히는 일본인이 있으면 아저씨도 함께 '그만 둬~!'라고 말해 줄게. 약속할게.>


우선, 기자도 이 '약속'을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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