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미유의 동포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 고향에서의 도전 (임량태)

작성자 몽당연필
작성일 21-02-23 19:46 | 511 | 0

본문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에는 많은 재일동포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혹은 결혼으로, 혹은 직장 관계로, 혹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남쪽에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습니다. 

90%가 넘는 재일동포의 고향이 남쪽이라고 합니다. 고향을 찾아, 또는 남쪽 조국을 찾아 

바다를 건너 온 재일동포, 그들이 찾은 이 땅은 동포들에게 문자 그대로의 고향과 조국일까요? 


몽당연필에서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를 찾아 한 분, 한 분 그 사연을 물어보고자 합니다. 

어떤 마음과 꿈을 품고 이 땅에서 살고 있을지, 그 마음이 행여 우리의 무지로 인해 상처 받지 않았는지, 

조국이 조국 다웠는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스스로가 재일동포인 신미유 군이 그 물음을 동료 동포들에게 던지며 전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미유의 동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미유의 동포이야기> 월 2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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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들 고향에서의 도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임량태의 새로운 도전 ‐ 



스포츠를 시작하는 계기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처음엔 그 운동이 좋아서 하다가 차츰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 더 잘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그렇게 스포츠의 세계로 빠져드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밝고 화려할 것 같은 프로스포츠의 세계이나 그 과정은 험난해서 좌절, 갈등, 부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도중에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치열한 스포츠의 세계지만 고향 땅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계속 도전하고 있는 재일동포를 소개하고자 한다. 


니시도쿄 제2조선유·초급학교, 가나가와조선중고급학교 그리고 조선대학교까지 줄곧 민족학교에서 축구를 하다가 졸업 후에는 일본 JFL리그(아마추어리그 최상위)에 들어가 억척스러운 노력 끝에 현재는 대한민국 세미 프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친구의 이름은 임량태(任良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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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동포 축구선수들도 일본인 축구선수들처럼 J1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며, 그것을 목표로 매일 열심히 노력한다. 임량태도 마찬가지로 ‘우리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재일동포 선배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해왔다. 


조선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JFL리그보다 조금이라도 상위리그로 가기 위해 2년간 노력했다. 그러다 3년째가 되었을 때 뜻밖의 계기로 예상치 못한 환경의 변화가 찾아온다. 


당시 소속되어 있던 팀에 한국에서 몇 명의 연습생이 왔는데 우리학교 출신인 임량태는 이들을 안내하던 에이전트와 우리말로 소통하며 정보를 교환했다. 우리학교 출신이란 장점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소통한 결과 한국의 세미 프로리그에서 테스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스트 제안을 받은 임량태는 지인인 재일동포 선수와 함께 한국으로 갈 결심을 굳히게 되었고 그렇게 한국 땅을 밟게 되었다.


선수생활 3년째, 한국행 기회를 붙잡은 임량태는 테스트에서 보란 듯이 기량을 발휘해 축구팀에 입단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한국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스타일이 달라 당황한 적도 있었지만 곧 적응하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말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얼마 안가 ‘언어’의 벽도 차츰 극복하게 되었다.  


팀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굳혀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임량태는 2년째부터 좀 더 좋은 조건의 계약으로 한 층 더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 시즌부터는 한 단계 높은 상위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되어 순조로운 성장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2018년에 개정된 ‘재외국민 2세 자격상실로 인한 병역문제’ 때문에 2021년 시즌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계속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먼저 <재외국민 2세>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외에서 출생한 사람(6세 이전에 국외로 출국한 사람 포함)으로, 17세가 되는 해 12월 31일까지 계속 국외에서 거주하고 부모 및 본인이 외국정부로부터 국적·시민권 또는 무기한체류자격을 얻은 사람을 <재외국민 2세>로 규정한다.(병무청 홈페이지 참고)  


※역자 주_ <재외국민 2세> 자격이 인정될 경우 병역의무가 면제된다고 하여 <재외국민 2세 제도>라고도 부른다. (외국에서 출생하거나 어릴 때 부모와 외국으로 이주하여 계속 외국에서 거주한 사람들은 언어, 교육, 문화적 생활환경의 차이가 있으므로, 일정기간 국내 장기체재 및 국내 영리활동에 대한 특례를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병무청 홈페이지) 


재외국민 2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만25세~37세까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대사관이나 영사관 등 재외공관에서 여권에 <재외국민 2세> 날인을 받아야 하며, 여권을 갱신할 때에도 다시 날인을 받아야 한다. 이 날인이 없으면 자격확인을 위한 별도의 절차가 요구되거나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 출국을 못할 가능성도 있어 <재외국민 2세>로 인정받지 못해 병역의무가 부과되었다.


기존의 <재외국민 2세>에게 병역의무가 부과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영주귀국 신고(영주권 등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거주)를 하는 경우

2. 18세 이상의 재외국민 2세가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통틀어 3년을 초과한 후 1년 이내에 

  총 6개월 이상 국내(한국)에 체류하거나 취직한 경우(94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3. 17세 이하의 재외국민 2세가 17세까지의 기간 중에 1년 중 통틀어 90일 이상 국내(한국)에 체류했을 경우. 


2항에서 1994년 1월 1일 이후의 출생자라는 조건이 있으므로 그 이전에 출생한 자, 그러니까 2018년 이 법이 개정될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만 25세 이상의 재외국민 2세는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재외국민 2세>라는 날인이 여권에 있을 경우에는 병역을 면제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2018년 5월 29일, 갑자기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그리고 이 개정 병역법에 의해 25세 이상의 재외국민 2세도 일정 조건에 해당될 경우 <재외국민 2세> 자격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93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가운데 다음 3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병역법령상 재외국민 2세 자격이 상실된다.


(1) 본인이 해외이주법 규정에 따라 영주귀국 신고시

(2) 2018년 5월 29일 이후, 부 또는 모가 영주귀국 신고시

(3) 2018년 5월 29일 이후, 본인이 통틀어 3년 이상 국내(한국) 체류 시(한국국내 입국일은 산입하고, 출국일은 산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산해 1,095일이 초과될 경우)


※ (1)의 경우는 재외국민 2세 자격상실과 동시에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 (2)、(3)에 해당하는 경우 재외국민 2세 자격상실로 <일반 국외 이주자>로 바뀌게 된다.


<재외국민 2세>자격은 상실되어도 국외이주자로 구분되어 37세까지 병역연기가 가능하고, 38세가 되는 해 1월 1일자로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돼 입영(입대) 의무가 면제된다.


다만 37세 이전에 다음의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병역연기가 취소되며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1) 해외이주법에 따라 영주귀국(한국으로)을 신고한 경우

(2) 한국국내에서 1년의 기간 중 총 6개월 이상 체류한 경우

(3) 한국국내에서 취업 등 영리활동을 하는 경우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2018년 5월 29일 이전에는 조건부로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되었었는데, 그날 이후 만 38세 이하의 모든 국내 거주 재외동포 남성이 3년 이상 국내 거주할 경우 예외없이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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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18년의 갑작스러운 병역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1993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도 병역의무 대상이 됨에 따라 한국에서 생활기반을 잡은 재일동포들의 장래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런 재일동포 중 한 사람인 임량태 선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직업축구인으로서 위 (3)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인 임량태 선수에게 한국축구 세미 프로리그나 재일동포 축구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았다.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유감스러워요. 나이도 있고 가족이 모두 일본에 있어서 이런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저는 한국에서 재일동포들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솔직히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학교에서 우리말을 배우니까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은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방식이나 뜻이 다른 단어가 많아서 확실하게 우리말을 익히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린 재일동포 학생들이 문화와 말을 배우고 축구도 배우는 도전을 하기에 아주 자극적인 환경이 아닐까 싶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좀처럼 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본 밖으로 나가 축구를 해보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보낸 약 5년의 기간은 축구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을 느낀 매우 뜻 깊은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필자는 임량태가 병역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출발선에 서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몹시 안타깝다. 앞으로 또 다시 어린 재일동포가 자신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 고향 땅을 밟는다 해도 어김없이 이 병역법은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남은 시즌을 훌륭하게 마치고 다시 J리그에서, 아니면 다른 나라의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한 층 더 상위그룹으로 도약하리라고 필자는 믿는다. 

한국축구 세미프로에서 프로리그로, 임량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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