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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어린이그림전의 20년 - ② 감동의 첫 서울 전시

작성자 몽당연필
작성일 21-10-18 22:11 | 91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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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란(도꾜조선제5초중급학교 미술교원) 


<안녕친구야 그림전> 실행위와의 만남

올해 6월 <남북어린이와 일본 어린이 그림전(이하, 그림전)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와 갤러리 토크 행사가 도쿄에서 열렸다. 나는 2부 갤러리토크에 출연해 내가 가진 여러 자료와 사진을 꺼내 20년을 되돌아보았다. 긴 시간동안 이 교류에 참가해온 아이들과 작품 자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동아시아 어린이들을 잇는 그림 교류 <어린이 그림전>은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2000년 남북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고자 시작되었지만, 언제나 정부의 큰 영향을 받는 등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멈추지 않고 어린이 그림 교류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살 미래의 평화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바란 많은 어른들의 노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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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시민광장에서 열린 <동아시아 평화그림전> 야외 전시회 풍경.
많은 서울시민들이 관람했다(2001년).


   제1회 <그림전>(2001년 6월)이 끝난 후 9월, 그림전 실행위의 쯔쯔이 유키코 씨가 여성동맹중앙본부국제부장이었던 조영숙 씨와 함께 도쿄미술분과회(도쿄 내 조선학교 미술교원들의 연구회)를 방문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그림전에 출품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 날 밤 일을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 해부터 분과회의 분과장을 맡아서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던 차였다. 집에는 아직 손이 가는 아이가 있던터라 귀가시간이 신경쓰여 분과회가 끝난 후에 사람과 만나는 건 결코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방문해온 그 둘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동아시아의 어린이들의 그림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품을 받으러 온 쯔쯔이 씨의 모습에서 그림전을 향한 진실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995년 발생한 북한 홍수 피해를 안타까워한 일본 시민단체가 어린이집 등에 식료품 지원을 한 일, 평양 시내외에 있는 협동농장 탁아소 지붕에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한 일 등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일본 사람에게 대북인도지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들은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후에 <그림전> 방북단과 함께 이 협동농장을 방문했을 때, 탁아소 직원 분들이 쯔쯔이 씨에게 달려가 반가워하던 모습과 탁아소 벽에 걸린 쯔쯔이 씨의 사진을 보면서 일본 사람들이 몇 번이고 방문하면서 쌓아온 ‘신뢰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만난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일본사회에 전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그림전>을 시작했다. 쯔쯔이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선학교도 이 그림전에 참가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림전>과 미술교원들을 이어준 조 선생님은 이후 그림교류와 관련된 상담에 적절한 조언을 해준,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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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평화그림전> 포스터.
당시 단체명은 <남북어린이어깨동무>였다.


평화통일교육과의 만남

<그림전>과의 만남은 한국 NGO<어린이어깨동무>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2001년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광화문 시민광장에서 <동아시아 평화그림전>이 열렸다. <어린이어깨동무>, 한겨레 신문사 등 4개 단체가 주최했다. 조선학교 아이들의 그림이 한국에 전시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 그림전을 마치고 돌아온 쯔쯔이 씨와 또 한명의 실행위 멤버 테라니시 스미코 씨가 한국 전시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내가 일하는 학교에 찾아왔다. 야외에 전시된 그림은 ‘북한 어린이’, ‘도쿄 어린이’와 지역별로 소개되어서 전시되지 못한 그림까지 포함해 모든 그림을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도쿄 조선학교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된 사진을 보고 다시금 놀라움과 기쁨에 가슴이 벅찼다. 재일동포 1세부터 그리워한 고향 땅에 조선학교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된다니… 그림은 아이들 자신의 ‘재일조선인의 생활과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그림을 본 서울 사람들에게 조선학교 아이들을 생생히 소개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을 통해 북과 남, 일본 어린이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게 실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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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릉라 소학교 4학년 석OO 학생(사진 오른쪽).
등신대 그림이 되어서 여러 곳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자고, 이틀에 걸쳐서 그린 작품 앞에서.
2016년 다시 만났을 때 그도 중학교 미술교원이 되어 있었고, 서로 감개무량해 하며 눈물을 흘렸다.
작품을 들고 있는 건 일본에서 방문한 고OO씨(2005년 평양, 왼쪽이 필자)


   <어린이어깨동무>는 분단된 한반도의 북과 남의 어린이들이 건강한 몸과 평화로운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평화교육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평화통일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어린이어깨동무>와의 만남은 나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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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평양, 서울, 연길(중국)의 친구들의 만남을 그린 박OO 학생

(당시 도꾜조선제5초중급학교 중 1학년)의 작품(2012년, 도쿄)



[참고자료]

<어린이어깨동무 평화교육>(리플렛, 어린이어깨동무)

<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 그림 2001~2010>(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 그림전 실행위원회)


해당 글은 <月刊イオ>(월간이어) 2021년 8월 호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몽당연필 번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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